Tuesday, October 1, 2019

비원 (연습상대) 7장 8장

"... 음 ... 핫.. 악! ... 내 다리... -_ㅠ;;; ..."



어두컴컴한 방안, 나는 푹신한 침대에 뉘어져있었다.

너무나 황송하게도 테니스 챔피언 로드 레이버씨에게

손수 마사지를 받고 탈진[;]해서 쓰러져 눈을 감고 있었는데

아마 너무 진이 빠진 나머지 잠이 들었나보다.



본의 아니게 참으로 많이 망가져 버린 것 같다.



어둠이 눈에 익숙해지자,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커튼 바깥쪽이

눈에 띄어 아픈 다리를 이끌고, [물론 어제보다 한결 낫다] 천천히

다가가 커튼을 열어제쳤다.



싸하게 보이는 하얀 하늘과 푸른 하늘이 반반쯤 섞여서

굉장히 독특한 빛을 내고 있었다. 분명히 소름이 오도독

돋아날 만큼 차가운 풍경 이였지만 잘 닫혀진 두꺼운 유리창과

두툼한 커튼 덕분에 햇살이 방에 스며들지도 한기가 몸을 뚫고

들어오지도 않았다.




"역시 돈의 힘이란 굉장해"


입에서 연신 돈돈 소리가 나와 나조차도 민망하지만 잘

정비된 테니스 코트 장은 정말 입이 떡하고 벌어질 만큼

멋졌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멋진 건 그 코트에서 벽이랑 공을 주고

받고있는 로드 레이버라는 인간이었다.

같은 인간으로써 경외감이 저절로 우러나오지 않을 수 없다.

새벽 5시부터 연습이라... 고급스런 벽시계에서 은은히 울리는

종소리가 머리를 윙윙 울려대서 그런지 울적하다.



나도 테니스 하고싶다.

물론 체력이 약하긴 하지만. [뭔가 가슴 아픈 현실..]


일로 보나 절로 보나 명품, 고급, 우아함만이 베어 나오는

이 공간을 보고 있자니, 이방의 사분의 일만한 정말 개미

눈물 만한 내 호텔[?]방의 수더분한 모습과 너무나 대조

되어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똑똑똑-]


"... 네...-"


로드를 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사이

밖에서 들려오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시 망설였다

누구지? 누굴까?



"유군- 잘 잤나? 괜찮은지 모르겠군"


오늘도 "괜찮은지" 버전으로 돌아오신 빌리 진 킹.

난 저분만 들어오면 왠지 다리가 오그라들고 온몸이

수축하는 느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무엇을 또 괜찮아

하실 지 너무나 걱정스럽다.


"아침하지. 괜찮겠나?"

"아.. 네"


저 "괜찮겠나"가 이상하게 나를 불편하게 한다.

역시나 불안한 징조가 보인다.

아침 식사는 나, 로드, 빌리씨 이렇게 셋뿐 이였다.

아무래도 이 집에 사람은 이게 다인 것 같다.



신비주의 전략인지 뭐시깽인지 때문인가

로드 레이버라는 인간은 극도로 외부에 자신의

정보 누출을 막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에 대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본 명 Rodney George Laver

국 적 영국

생 일 9월 30일

종 교 카톨릭

별자리 천칭자리

출생지 Kosice, 체코슬로바키아(현 슬로바키아)

거주지 Florida 미국

키 187cm

몸무게 66Kg

눈색깔 파랑

언 어 German, French and English

프로입문 1998년 5월 14일


생각 외로 많이 알려진 듯도 싶지만,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시 여러 대회를

석권한 세계랭킹 1위라 하면, 티비에서 얼굴 한번씩 내비쳐주고 해야하는데

그는 전혀 그런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적이 영국이면서 버터가 줄줄 흐르는 저

유창한 미국식 영어 발음도 상당히 의문스럽고 기자들과의

인터뷰도 굉장히 형식적이라는 게 특이한 점이였다.



"신희군은 테니스를 그만하게 될 거라던데. 사실인가?"



멈칫. 고기를 자르고 있던 내 손의 움직임이

조금 삐끗해 버렸다. 알려지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유포된 것처럼 아찔한 그런 기분.



"네. 투어를 하기엔 경제적인 형편이 좀 부대끼는 편이라"



우물거리는 입에서 무언가 주절주절 잘도 나오지만

굉장히 찜찜한 기분이다. 왜 내가 변명 같은 이런 말을 지금

하고 있는 걸까? 앞으로 평생 즐겁게 테니스 치면서 살 이 사람들

앞에서. 어쩐지 한층더 기분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더욱 차분해 진다.



묘하게 싸한 바람이 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빙그르 미소 짓는 빌리씨의 얼굴과 따뜻한

음성에 분위기가 한층 잦아들었다



"그러면 여기서 일 해볼 생각은 없나?"


물론, 분위기는 좋아져도 나는 당황한다.


"........ 일... 이요...? "




국제법상 취업 비자가 있어야, 돈을 벌 수 있고,

거기에 따른 세금도 떼고 하여간 이래저래 해서

요는 외국인이 자국에서 일을 해서 소득이 생길 경우에는

반드시 취업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 게 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현재 학생비자를 가지고있다.

-어학연수 학생 비자라니 스스로도 개탄스

럽지만, 관광 비자보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



헌데 나는 계약을 하나 맺었다.

로드 레이버 라는 녀석의 테니스 연습 상대.

그것도 고.액.의 계약.

유학생 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으면서 고액의

계약을 하다니 미국에서 알면 잡아갈게 분명하다.

그러나 나에겐 테니스라는 녀석의 유혹이 뿌리칠 수

없는 엄청난 매력이고, 더군다나 상대는 로드 레이버다.



그렇게 불법계약은 맺어졌다.

세상은 다 법을 겉돌게 돼있는 법이다.

그런 명언도 있지 않냐고. 우리는 법을 지키기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다, 그걸 잘 피해서 부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만드는 거라는.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