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씨가 오늘 다리가 아파 연습경기를 해줄 수
없어 다른 선수에게 부탁했는데 그 선수마저 다리가
아파 연습경기를 내게 부탁하게 된 것도, 오늘 하필이면
약속이 있으셔서 적적할 것같은 로드를 위해 나에게 식사를 같이
해줄걸 부탁한 빌리씨의 말에 또 다시 OK해버린 나조차도 말이다.
아이러니의 연속은 그렇게 찾아오나 보다.
한번에 왕창.
'아씨 이거 진짜 인간 맞아?'
스파게티를 돌돌돌 말아먹으면서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었다. 나에게 지금 한갓[!] 이런 밥 따위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 아주 간절히 씻고 싶었다. 아 물론
샤워는 했다. 하지만 내가 아주 간절히 원하는
씻고 싶은 것은 커다란 욕조에 살이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누구씨 때문에 꽁꽁
뭉쳐버린 이 근육을 푸는 그런 씻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윽-"
겨우겨우 식사를 마치고 몸을 의자에서 일으킬 무렵 이였다.
엄청난 인고와 의지로 참고 있던 내 신음이 입에서 흘러나간건.
'하아.. 이런 ...'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하지만 난 정말 아팠고, 내가 아픈 만큼
로드 레이버씨도 놀란 것 같았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나를 내려다보며
[저 녀석은 187은 돼 보인다]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얼음찜질 괜찮아?"
아무래도 미국은 "괜찮아?" 족이 유행인 것 같다.
찌는 듯한 5월의 어느 날 오후 나는 테니스 계의
황태자를 상대로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 일수밖에 없었다.
나마 남아있던 자투리
자존심을 십분 발휘해 찍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푹신한 침대에 자리잡고 앉아서 다리 한 짝
씩 의자 하나씩에 내밀고 얼음을 얹으니
그야말로 웃기는 모습이 된 후론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없이 솔직한 신용카드현금화 보여버리게 됐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망가지던 말던 별 상관없이
로드는 열심히 찜질용 얼음 팩을 만들고 있었다.
비싼 양주에나 넣어먹을 것 같은 투명한 얼음 들을
비닐 팩에 싼 후 보송보송한 하얀 천으로 둘둘 말아
차가운 기가 가실 때마다 갈아주고 있었다.
"체력이 너무 약해"
"... 충고 고마워"
싸늘한 그의 말에 [그리도 가슴 아픈 말을 ... ]나는 무척
담담한 척 했지만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살인 욕구를 느낄 만큼.
이 거대한 집에 사람이라곤 달랑 둘뿐이니 죽이고 튄다고
찾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뭐 저 인간은 죽여선 안될 것 같다.
또, 쉬이 죽어 주지도 않을 것 같고.
한참 동안 얼음을 잘 갈아주고 있던 로드는 팩들을
다리에서 치우더니 갑작스레 침대위로 자리를 옮겨왔다.
"뭐 하려는 거야?"
"마사지-"
"뭐?"
침대로 올라온 로드는 가녀린[;] 내 다리 왼쪽 다리를 잡더니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강하게 [아주- 강하게]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다리에 알배겼을때 다리 마사지 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 기분이 딱 이 기분이다.
"으아아아아아악-!!"
".... 시끄러워"
"윽-! 아파-! 그만해-!!1 아아아아아악!!!!!!!!!!!!!!!!!!!!!!!!!!!!!!"
"조용히 안 하면 더 세게 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학. 악... 윽... "
결국, 나는 둥그런 눈에서 눈물이라는 녀석들을 뽑아내야만 했다.
정말, 직살 나게 아프다. 테니스도 무식하게 하더니 마사지도 참
무식하다. 이 잘난 테니스의 황태자 님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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